잘 말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늘은 베짱이처럼, 그냥 앉아 있는 날.

매일 하기로 했다.
영어 말하기 공부를, 이번에는 정말 매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오늘도 놓쳤다.
일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 있었고,
정신 차리고 보니 하루가 끝나 있었다.
못 한 날이 쌓일수록 마음이 먼저 무거워진다.
공부를 안 해서가 아니라,
하겠다고 한 나와 지키지 못한 나 사이에서 계속 미안해지는 게 힘들다.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다.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공부가 아직 내 하루 안에 자리를 못 잡았을 뿐이다.
머리로는 안다.
영어 말하기는 한 번에 늘지 않고,
짧아도 매일 입을 열어야 한다는 걸.
그런데 현실은 늘 이렇게 흘러간다.
오늘은 바쁘니까 넘어가고,
내일부터 제대로 하자고 미루고,
그러다 또 하루가 지난다.
후회는 매번 비슷한 얼굴로 찾아온다.
‘왜 또 못 했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예 그만두지는 않았다.
못 했다는 걸 숨기지 않고,
이렇게 기록하러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공부를 한 날이 아니라,
공부를 놓쳤다는 걸 인정한 날이다.
하지만 이 기록도 내 루틴의 일부라고 믿어본다.
내일은 잘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길게 하겠다는 욕심도 내려놓는다.
단 10분이라도,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영어 문장 몇 개를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
습관은 의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계속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라는 걸
지금 배우는 중이다.
오늘은 실패한 날일지 모르지만,
기록을 남긴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이걸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은 끌적끌적이라도 해본다.
눈 감고 허공에 단어 몇 개라도 던져두면,
적어도 후회는 덜 하니까.
우물우물 말이 안 나와도 상관없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간다.
베짱이처럼, 느리게.
죽기 전엔 한 마디쯤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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